[취재수첩] 국산 신약 개발이 절실한 이유

입력 2017-11-08 18:07   수정 2018-03-19 11:08

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ace@hankyung.com


[ 전예진 기자 ] 8일 새벽 12시30분, 국민건강보험공단 원주 사옥. 폐암 신약 ‘타그리소’의 약가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환자 단체들은 환호했다. 약가 협의 후 보험급여 대상으로 등재되면 치료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어서다. 한 달 1000만원이 넘게 들었던 타그리소 복용 환자들은 앞으로 보험 적용을 받아 약값의 5%만 내면 된다. 환자 단체들이 이날 밤 12시가 넘도록 건보공단 앞에서 피켓 시위를 펼치며 약가 협상 타결을 부르짖은 것은 이 때문이다.

타그리소는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3세대 표적 치료제다.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치료제가 없는 말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투여한다. 그러나 1년 약값이 1억원 이상인 고가 항암제여서 환자들이 선택하기 쉽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보험급여 등재를 추진했지만 가격 문제로 아스트라제네카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약가 협상도 두 번이나 결렬됐다.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협상을 하자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가 다국적 제약사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3차 협상에선 아스트라제네카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우리나라 환자들은 전 세계 최저가 수준으로 타그리소를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협상이 타결된 것은 타그리소를 대체할 국산 신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쟁 제품인 한미약품의 ‘올리타’가 타그리소에 앞서 보험급여를 추진하면서 약값을 낮췄다는 점에서다. 올리타는 3세대 폐암 신약 중 타그리소의 유일한 대항마로, 지난달 타그리소 가격의 4분의 1 수준에 약가 협상을 타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약값을 올려받기 어려워졌다. 정부도 타그리소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졌다.

환자들은 혜택을 보게 됐다. 약값이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도 다양해졌다. 올리타는 국산 항암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수입 항암제와 동등한 효능에 합리적인 가격의 국산 신약이 있다면 더 이상 고가의 수입 약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한국 시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을 것이다. 정부가 우리나라 제약사의 신약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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